필라델피아시장 후보자들 위기 앞에 침묵, 올해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 뒤에도 공식 입장표명 없어

Philly Talks

총기와 마약 범죄 등 강력사건이 만연하고 있는 필라델피아시의 차기 시장후보자들에 대한 필라시민들의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고 있다.

지난 5월 예비선거 경선을 통해 뽑힌 민주당의 쉐렐 파커(Cherelle Parker)후보와 공화당 단독 입후보자로 선출된 데이빗 오(David Oh) 후보자 사이에 후보자 TV토론이나 공청회조차 열리지 않고 있어 이들 두 후보 중 누가 각종 범죄와 경제침체로 암울한 필라델피아시를 더 잘 이끌어 갈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밤 필라델피아 사우스웨스트 킹세싱에서 벌어진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고 2주가 지나가고 있지만 두 시장 후보는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이나 어떤 대안도 내놓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인터넷신문 악시오스가 17일 보도했다.

이 사건으로 15세에서 59세사이의 5명의 남성이 총격으로 사망했다. 2세 어린이 쌍동이와 이들의 어머니도 부상을 입었다. 킹세싱 총기범죄 용의자는 살인과 다른 여러가지 범죄혐의로 현재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AR-15 공격용 소총을 소지한 캐리커(Carriker)가 스키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탄조끼를 입고 무차별적으로 사람들과 자동차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선출직 공무원이나 후보자들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놓고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파커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나 트위터에서도 이번 총격사건에 대한 성명을 내지도 않았고 이 비극에 대한 기자의 답변요청에도 대변인을 통해 거절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민주당 파커후보와 경쟁하고 있는 공화당 데이빗 오 후보 역시 이번 총격사건에 대해 공식 발언을 하지 않았다. 오후보는 다만 지난주 이사건과 관련해 “필라델피아사람들에게 폭력범죄가 만연해 있는데 필라시가 충분히 대처하지 않고 있으며 슬프게도 우리는 그런 뉴스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고만 말했다고 악시오스는 덧붙였다.

민주당 출신 파커 후보는 왜 침묵을 지키고 있을까? 케니시장은 지난 5월초 시정부 이양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파커 후보에 투표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파커후보와 케니시장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가 읽힌다.

무스타파 라쉐드 정치분석가는 정치인에게 때로는 침묵이 더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언 수위를 높일 경우 유권자들은 파커시장 후보자가 짐 케니 현 시정부에 간섭한다거나 비극적인 인명피해 사건에서 정치적인 득실을 찾는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라쉐드분석가는 케니시장이 작년 독립기념일에 벌어진 총격사건이 일어난 직후에 더 이상 시장을 하고 싶지 않다고 실언한 것을 지적하면서 이 발언은 케니시장의 사임요구를 불러왔고 필라델피아시민들을 위한 그의 시정에 의구심들을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후보들이 지나치게 설화를 두려워한 나머지 말을 아끼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책임있고 비젼있는 후보라면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히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것이 자신들을 위해서나 필라델피아시민을 위해서도 나쁠 것은 없다.

지난 5일 경찰은 총기사건 기자브리핑에서 유령총(ghost gun)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되지 않았지만 사건현장에서 출처를 알기 어려운 9밀리 유령총 1정도 수거했다. 유령총은 여러 총기 부품을 결합해 만들거나 3D 프린터로 찍어내서 추적할 수도 없고 등록되어 있지 않은 사제총기다. 유령총은 합법적인 총기소지가 어려운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구매하는 총기들인데 필라델피아에서 이런 유령총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경찰이 지난해 수거한 총은 6천여정, 이가운데 10%가량이 유령총이다. 경찰은 올해 필라시에서 수거한 유령총 가운데 87%가 총기회사 폴리머80에서 팔려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케니시장은 사건 발생 이틀 후인 지난 5일 총기난사 용의자에게 유령총을 판매했다며 총기판매회사 폴리머80과 JDS 서플라이 2곳을 법원에 제소했다.

펜실베니아주는 총기규제가 다른 주에 비해서 상당히 느슨하다. 펜주에서는 총기를 살때 구매자의 범죄기록여부 등을 알아보는 신원조사(background check)를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또 필라델피아시가 현실에 맞게 자체적으로 총기규제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펜실베니아주 총기규제법에 “펜실베니아주법은 카운티, 지방자치단체 또는 타운쉽이 합법적인 총기, 탄약, 탄약구성요소를 어떤 목적이든지 소지, 이전 혹은 운송하는 것을 규제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시의 총기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펜실베니아주 총기규제 관련법의 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때문에 필라델피아시는 지방정부가 자체적인 총기규제안을 만들어 실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펜실베니아주 총기프리엠션법의 개정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시도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지난해 짐 케니시장은 시관할 한 리크리에이션센터에서 시청 직원이 총에 맞아 숨지자 리크리에이션센터내에서의 총기소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판사는 펜실베니아주의 총기규제법을 적용해 무효화시킨바 있다.

시급한 총기규제와 마약퇴치를 위한 차기 시장후보들의 정책을 듣고싶은 필라델피아 유권자들의 시간이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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